발주자, 도급인 관련 대법원 판결(발전소 건설 관련)
2020년 발전소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변압기 아크 폭발 사고와 관련하여, 대법원이 발주처와 일부 임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사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사고 개요, 법적 쟁점, 1심과 원심의 판단, 대법원의 판단, 건설안전 실무 관점의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사안은 건설공사를 발주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와 관련된 판결입니다.

사고 개요
사고는 2020년 4월 10일쯤 발전소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작업자들이 11kV/480V 변압기의 1차 측 고압부에서 상회전 테스트를 하던 중 아크 폭발이 발생했고, 이 사고로 K사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기사 내용상 전력 공기업인 J사는 발전소 건설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를 여러 회사에 분리 발주했습니다.
그중 배연탈황설비 공사는 K사가 J사로부터 도급받아 수행했고, 전기제어공사는 K사로부터 다시 하도급을 받은 전기공사업체가 수행했습니다.
해당 계약은 설계, 자재 구매, 시공, 현장 시험·검사를 수급인 측이 수행하고, 설비가 가동 가능한 상태가 되면 발주처에 인도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정리됩니다.

법적 쟁점
핵심 쟁점은 J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 일정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더 무거운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건설공사발주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건설공사발주자에게는 안전보건대장 작성 등 별도의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가 적용되며, 위반 시 과태료 체계가 적용됩니다.
결국 같은 건설공사 사고라도 발주처를 도급인으로 볼 것인지, 건설공사발주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법적 책임 구조가 크게 달라집니다.
1심 판단
1심은 J사를 건설공사발주자로 보고, J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J사는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해당 발전소 건설공사는 1회적 업무였다는 점
- J사가 배연탈황설비 공사에 관한 면허, 전문기술인력, 설비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
- K사는 시공능력과 안전관리 능력을 갖춘 대형 시공회사였다는 점
- 사고 변압기와 관련된 위험이 수급인 또는 공급자의 영역에 있었다는 점
1심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J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심 판단
원심은 1심과 달리 J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보았습니다.
원심은 J사가 별도의 건설본부를 두고 발전소 건설공사를 총괄·관리했고, 특히 수전 업무를 직접 담당하여 고압 전력 공급에 따른 유해·위험요소를 실질적으로 관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전제에서 원심은 J사와 일부 임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J사가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J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다만 K사, 전기공사업체 및 각 현장 관계자들에 대한 상고는 기각된 것으로 기사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
- 해당 공사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 시공능력
-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른 규범적 평가
특히 대법원은 발주자가 도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점검, 조정, 확인 등의 조치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정리되는 기준
이번 판결은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에서 실질적 지배·관리가 여전히 핵심 기준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한 사례로 보입니다.
다만 발주자가 공정 확인, 일정 조정, 안전 관련 점검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도급인 성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발주자의 관여가 어느 수준이었는지입니다.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한 일반적인 점검·조정·확인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시공방법이나 작업내용을 지시하고 위험요소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것인지가 구분되어야 합니다.
기사에서도 이 판결이 건설공사를 최초로 발주한 사업주의 면책 범위를 일반적으로 넓히는 취지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주처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문성과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설계, 공정, 작업계획에 깊게 관여했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건설안전 실무 관점에서 볼 부분
이 판결은 발주자가 산업재해 예방 활동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발주자로서 필요한 점검, 조정, 확인은 수행하되, 그 업무의 성격과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건설안전 실무에서는 다음 사항을 특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발주자의 역할과 시공자의 역할 구분
- 계약서상 안전관리 책임과 시공관리 책임의 범위
- 공정회의, 안전회의, 시운전 회의에서의 지시 내용
- 발주자의 요구가 단순 확인인지, 구체적 시공방법 지시인지 여부
- 위험작업과 설비 인도 전후의 관리영역 구분
- 수급인의 전문성, 장비, 인력, 작업계획 수립 권한
- 안전관리계획 검토와 승인 절차의 기록화
이러한 자료들은 사고 발생 이후 발주자와 시공자의 책임 범위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푸른고래 인사이트
첫째, 이번 판결은 발주자의 안전관리 관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발주자가 안전을 이유로 아무 관여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법의 목적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관여의 내용과 경계입니다.
공정 확인, 일정 조정, 안전관리계획 검토, 법정 의무 이행 차원의 점검은 필요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공방법이나 작업내용을 직접 지시하는 형태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책임 판단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문서화가 중요합니다.
회의록, 공문, 작업계획 검토 의견, 시운전 절차서, 안전관리계획 검토자료 등에 발주자와 시공자의 역할이 명확히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발주자의 안전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오히려 도급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의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 기업에서 각 사업 별, 현장 별 건설공사발주자냐 도급인이냐의 구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변호사 들을 참여시켜서 검토를 해보더라도, 이렇게 1~3심 판결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어려운 지점입니다.
또한 법령과 판례의 해석이 애매하다고 해서 발주자가 도급인의 지위까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법령 해석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발주자는 시공을 주도적으로 총괄 관리 여부를 떠나 발주자로서의 일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적정공기/공사비 확보,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안전보건대장 작성 등), 시공사인 도급인이 실제 시공 상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발주자가 아무리 법령 상 애매한 도급인의 지위를 가져간다고 한들, 실제 건설산업기본법 상의 건설업 시공자가 될 수는 없고, 시공사가 아닌 발주자로서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애매한 내용 들이 하나의 법령 체계로 통합,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