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지도사 2차 시험 문제점과 개편방향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6월 6일 시행된 제16회 산업안전지도사 2차 시험에 대해 제 생각을 조금 길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시험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표준안전작업지침, 이하 표작의 출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여 관련 포스팅을 하긴 했습니다.
최근 일부 표준안전작업지침이 개정되었고, 2023년 제13회 이후 2차와 3차 시험에서 표작 출제 비중이 조금씩 증가하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2차 시험에서도 표작에서 3~4문제 정도는 출제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험은 9문제 중 7문제가 표작에서 출제되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표작에서 나온 셈입니다.
이 정도 비중은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의 성격, 이번 2차 시험 출제의 문제점, 산업인력공단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 시험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 제 견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산업안전지도사는 어떤 자격인가
산업안전지도사는 어떤 자격일까요.
산업안전보건법 제142조와 같은 법 시행령 별표31을 보면 산업안전지도사의 업무는 안전, 유해위험방지 대책에 대한 평가, 지도, 안전성평가 등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산업현장과 건설현장의 안전과 위험을 평가하고, 사업장의 안전수준을 지도하며, 유해위험방지 대책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전문가입니다.
이 자격은 단순히 법 조문을 많이 외운 사람을 뽑는 시험이어서는 안 됩니다. 현장 위험을 읽고, 법령과 기준을 적용하고, 실제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선발해야 합니다.
그런 명실상부한 안전 전문가를 뽑는 시험이 이렇게까지 범위가 불명확하고, 예측하기 어렵고, 지엽적인 암기 중심으로 운영되어도 되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1년에 한 번 응시기회가 있는 전문자격 시험이라면 최소한 수험생이 준비해야 할 범위와 평가 방향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시험범위의 중심이 해마다 크게 흔들리고, 현장 적용성이 낮은 세부 지침이 대거 출제되는 방식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의 비중 문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위험성평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관리계획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등 산업안전지도사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문제는 타워크레인을 대여받은 자의 의무 1문제였습니다.
그것도 단답형이었습니다.
물론 타워크레인 대여자 관련 조항도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은 중대재해와 직결될 수 있는 핵심 장비입니다.
그러나 방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전체를 놓고 보면 해당 조항은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생각되는 안전보건규칙의 출제 비중도 아쉬웠습니다.
안전보건규칙에서는 단답형 1문제와 서술형 1문제 중 서브 1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단답형 1문제는 화물 적재 관련 문제였는데, 제393조가 정답으로 보이지만 제173조를 답안으로 작성한 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민원이 다수 발생할 수 있는 애매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술형 서브 문제는 화재위험작업 시 준수사항 정도였습니다.
물론 화재작업 시 준수사항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안전보건규칙에서 4~5문제가 출제되었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이 현장 안전 전문가를 뽑는 시험이라면,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의 핵심 주제가 이렇게 축소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표준안전작업지침 7문제
이번 시험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역시 표작 7문제 출제입니다.
최근 콘크리트공사 표준안전작업지침은 2025년 12월에 개정되었고, 굴착공사, 터널공사, 발파 관련 지침도 2023년 8월 전후로 개정된 흐름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표작 출제비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9문제 중 7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100번 양보해서 표작에서 많이 출제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산업안전지도사 시험범위는 원래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수험생들은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관련 법령과 안전보건규칙 전문을 폭넓게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에 100페이지가 넘고 문장이 상당히 긴 표준안전작업지침까지 모두 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중요도가 높고 현장 적용성이 높은 내용 위주로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출제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수준도 높다고 보기 어렵고, 현장에서 잘 쓰지 않는 내용, 지엽적이거나 중요도가 낮은 문제가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시험이 어려울 수는 있고 전문자격시험이기 때문에 변별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시험과 지엽적인 시험은 다릅니다.
좋은 시험은 중요한 내용을 깊게 묻는 시험이어야 합니다.
현장 안전 전문가에게 필요한 판단력과 법령 적용능력, 위험요인 분석능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처럼 현장 적용성이 낮은 문구를 얼마나 외웠는지 확인하는 방식은 좋은 변별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표작 자체가 시험 핵심 범위가 되기 어려운 이유
표준안전작업지침은 일부가 전면 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점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잘 쓰지 않는 공법과 용어가 포함되어 있고, 안전보건규칙의 내용과 용어가 충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각한 오타가 있는 경우도 다수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해체공사 표작, 가설공사 표작, 터널공사 표작 등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오타와 용어 오류가 발견됩니다.
(해체공사 표작 체낱걋??, 가설공사 표작 비계조림??, 터널공사 표작 라우팅??, 버력 상상??)
이런 자료가 전문자격 시험의 핵심 출제자료로 대거 활용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듭니다.
오타나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 용어가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내부에서도 표작을 강행규정이나 필수 기준이라기보다 가이드 성격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표작의 내용을 대거 반영하여 산업안전지도사 2차 시험에 출제하는 것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준비 범위도 매우 불명확해졌습니다.
건설공사와 직접 관련성이 높은 가설, 해체, 철골, 콘크리트, 굴착, 발파, 터널, 추락재해방지까지만 보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벌목, 운반하역, 크레인작업, 크레인신호 등 연관성이 부족하지만 완전히 없다고도 볼 수 없는 지침까지 모두 봐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표준안전작업지침을 모두 봐야 한다면, 내년에는 전면 개정 예정인 KOSHA Guide까지 시험범위가 확장될 가능성도 걱정됩니다.
정말 수험생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입니다.
산업인력공단의 고민은?
물론 산업인력공단의 고민도 이해는 됩니다.
나름 변별력을 강화하고 난이도를 조정하기 위해 공학적 문제를 포함하여 출제했더니, 출제 근거와 채점 근거가 모호하다는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작년에는 국정감사까지 받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채점 근거가 명확하고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법령, 규칙, 지침에 근거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많은 수험생들이 이미 학습범위를 넓혀 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합격률을 조정하고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잘 출제하지 않았던 표준안전작업지침, 그것도 지엽적인 문제로 출제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고민이 부족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보입니다.
시험 관리기관의 입장에서는 채점 근거가 명확한 문제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의 목적은 채점하기 편한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현장 안전을 평가하고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2차 시험제도 재설계
지도사 시험은 기술사 2차 면제 혜택이 큽니다.
2차 문제가 어려울수록 기술사 응시자에게 유리해지는 구조입니다.
안전 분야 최고 전문자격 중 하나인데도 경력이나 자격 제한 없이 암기만 잘하면 합격할 수 있는 구조도 시험제도 설계상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이러한 잘못 설계된 구조가 현재 문제의 주된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도 개선을 계속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채점기준 설정이 다소 어렵더라도, 기술사처럼 복합적인 방식으로 지식, 경험, 견해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방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현장의 위험 상황을 사진이나 도면으로 제시하고, 해당 상황의 유해위험요인과 안전대책, 산업안전지도사로서 지도해야 할 사항, 제도 개선 제안을 관련 법과 규정에 근거하여 기술하도록 하는 방식은 어떨까 합니다.
이런 방식이면 기술사 시험과도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기존처럼 법과 규칙을 달달 외우는 시험이 아니라, 복합적인 상황 대처능력과 지도사로서의 자질, 컨설팅 역량을 함께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암기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령과 기준은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다만 그 지식을 실제 현장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도사 시험제도 개편 방향은?
저는 2차 시험에서 기술사와 비기술사가 모두 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안전기술사를 제외한 시공기술사들은 안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사라는 이유만으로 2차를 면제하는 구조가 과연 산업안전지도사 자격의 취지와 맞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위에 언급한 현장 위험상황 분석형 2차 시험을 도입한다면 기술사와 비기술사가 모두 같은 조건에서 안전 전문성을 검증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3차 응시 인원을 대폭 줄이고, 확보된 행정지원 인력과 시간을 면접시간과 문항 수 확대에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3차 시험을 기술사 면접시험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3차 면접시험은 단 3문제.. 약 5~10분으로 1년간 준비한 시험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1문제라도 잘 모르면 불합격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현재 산업인력공단에서 3차를 없애고 필기시험으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필기시험이 제가 제안한 현장 위험상황 분석형으로 운영된다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업안전지도사는 현장 안전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컨설턴트 역할이 많기 때문에, 면접 방식이 있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지도사는 단순히 정답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을 보고 판단하고,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설명하고, 개선방향을 설득해야 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렇다면 구술 방식의 평가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제위원 평가, 출제문제 검증제도 필요성
출제 문제의 수준을 높이려면 출제위원의 수준도 높여야 합니다.
최근 반복되는 출제 오류, 개정된 조문을 과거 기준으로 출제하는 문제, 불명확하고 지엽적인 문제 출제 등을 예방하려면 출제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출제위원 선발기준 강화 : 업계 명망, 학력, 경력, 보유자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
- 출제문제 평가제도 도입 : 2~3배수 문제 출제 후 체크리스트를 통해 출제위원 전원이 평가하고 최종 문제 확정
- 출제위원 평가제도 도입 : 평가가 낮은 문제를 출제한 위원은 차기 시험에서 배제
전문자격시험의 신뢰는 출제와 채점의 공정성에서 나옵니다.
수험생이 납득할 수 없는 지엽적 문제, 현장 적용성이 떨어지는 문제, 오타와 오류가 섞인 기준에서 나온 문제들이 반복되면 시험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표작 문제별 간단 분석
이번 시험에서 표작 관련 문제를 간단히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 1번, 추락재해방지 표작에서 방망, 매듭, 테두리로우프, 재봉사, 달기로우프 등의 정의는 현장에서 잘 쓰지 않는 용어일 뿐 아니라 다소 지엽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문제 6번, 가설공사 표작에서 강관틀비계, 통로발판, 우회로 준수사항은 현장에서 잘 사용하지 않거나, 안전보건규칙과 충돌되거나, 중요도가 낮다고 보이는 내용 위주로 출제되었습니다.
문제 7번, 철골공사 표작에서 앵커볼트 매립 시 준수사항은 건설안전이라기보다 건축기술 또는 품질에 가까운 문제로 보입니다. 철골공사 추락재해 방지 설비 문제 역시 안전보건규칙과 용어가 충돌되고, 오래된 용어가 포함된 표에서 출제되었습니다.
문제 8번, 발파 표작에서 전기, 비전기, 전자발파 불발 시 원인과 대책 문제는 발파 표작 자체가 상당히 방대하고 과거 출제된 적이 거의 없는 지침인데,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중요도가 낮다고 보이는 별표 내용이 출제되었습니다.
반면 문제 2번 터널공사 표작의 계측관리 항목, 문제 4번 콘크리트공사 표작의 거푸집 동바리 해체 시 준수사항, 문제 9번 해체공사 표작의 구조물조사 항목은 중요도도 높고 괜찮은 문제라고 봅니다.
푸른고래 인사이트
답답한 마음에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산업인력공단에서는 정부정책 중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산업안전지도사라는 전문자격시험 제도를 더 진지하게 개선해 주었으면 합니다.
정말 뛰어난 산업안전지도사가 현장에 많이 투입되려면, 시험도 그 역할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표준안전작업지침의 지엽적 문구를 외웠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라,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지, 법령과 기준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지도사로서 사업장에 어떤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산업안전지도사는 현장 안전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렇다면 시험도 그 전문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