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특별법 공동선언문 발표(5.26), 적정 공기·공사비 논의의 의미
2026년 5월 26일, 국회 사회적 대화 건설현안 협의체에서 건설산업 위기와 건설현장 안전 문제에 대한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협의체는 국회의장 주관으로 진행되었고,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산업연맹 등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공동선언문 발표와 함께 국회와 정부에 관련 입법 추진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건설현장의 안전과 품질 문제를 단순히 현장 관리 부족이나 작업자 부주의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사를 처음 계획하고 발주하는 단계에서 적정 공사기간과 적정 공사비가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건설안전특별법 논의는 건설업계 중심으로 반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매출액 기준 최대 3% 과징금 부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과의 중복 처벌 우려, 적정 공기·공사비 산출기준의 모호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동선언을 보면, 적어도 건설안전특별법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일정한 대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다행입니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과 이번 논의 흐름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적정 공기·공사비가 안전의 기본 조건
안전 문제를 현장 탓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의체는 건설현장 안전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부적정한 공사기간·공사비` 구조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흔히 시공사, 안전관리자, 현장 작업자의 책임이 먼저 부각됩니다. 물론 시공 단계의 안전관리 책임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사 시작 전부터 무리한 공기와 부족한 공사비가 정해져 있었다면, 현장에서만 안전을 외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싸고 빠르게 공사를 끝내라는 요구는 현장에서는 결국 돌관공사, 안전·품질 투자 축소, 작업자 피로 누적, 관리감독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공사비가 과소 책정되면 시공사는 저가 수주와 원가 절감 압박을 받게 되고, 그 부담은 하도급 구조와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습니다.
건설안전 관점에서 보면 적정 공기와 공사비는 업계의 이익 문제가 아닙니다. 현장 안전과 시설물 품질을 지키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공기 부족은 작업계획을 흔듭니다
공사기간이 부족하면 현장은 돌관공사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야간작업, 휴일작업, 동시작업 증가, 장비와 인력의 밀집, 작업순서 변경 등이 발생하면 위험성평가와 작업계획서가 실제 작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문제는 이때 안전관리계획, 유해위험방지계획, 작업계획서가 문서상으로는 존재하더라도 실제 현장 작업과 어긋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계획대로 작업하기 어려운 공기 조건이라면 계획 자체를 다시 봐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공정 압박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결국 적정 공기 확보는 단순한 일정 관리 문제가 아니라 위험성평가와 작업계획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문제입니다.
발주자의 책무가 더 분명해질 필요
발주 단계에서 이미 안전 조건이 결정됩니다
이번 공동선언에서 중요한 대목은 발주자의 적정 공사비 산정 책무와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발주자는 사업의 조건을 정하는 주체입니다.
공사비, 공기, 설계조건, 계약방식, 변경관리 기준, 공기 연장 인정 여부가 모두 발주 단계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발주자가 무리하게 낮은 공사비를 산정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사기간을 설정하면 시공 단계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설계안전성 검토, 안전관리계획, 유해위험방지계획, 작업계획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애초에 안전을 반영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문서만 만들고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을 주는 방식이라면 안전관리 체계는 결국 형식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번 논의에서 발주자 책무가 다시 강조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뒤 시공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조에서 벗어나, 계획·설계·발주 단계에서 안전을 반영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적정 공사비는 안전보건 비용을 포함해야 합니다
적정 공사비 논의는 단순히 총공사비를 조금 더 높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설안전시설 설치와 유지, 안전관리자 배치, 품질관리, 장비 점검, 작업 전 교육과 TBM 시간, 위험성평가 보완, 작업중지 손실 보상, 폭염·한파 등 기상 상황에 따른 공기 조정까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보건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특히 하도급 단계로 내려갈수록 비용 압박이 커지는 구조에서는 원도급 단계에서 안전비용이 반영되었다고 해도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협력업체와 노동자에게까지 충분히 전달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빠지면 적정 공사비라는 말은 선언에 그칠 수 있습니다.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이행
공동선언의 과제들이 실제 기준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적정 공사기간·공사비 산정체계 고도화, 순공사비 확보 대상 확대, 소규모공사 설계기준 마련, 예정가격 이의신청, 낙찰하한율 검토, 장기계속공사 추가비용 보전 등 여러 과제가 포함되었습니다.
방향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내용이 실제 법안, 예산, 발주 기준, 현장 계약 조건으로 이어지는지입니다.
공동선언으로 끝나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입찰 단계부터 안전을 반영할 수 있는 비용과 기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공사 중 여건이 바뀌면 공기 연장과 비용 보전이 가능해야 합니다.
설계변경, 민원, 기상 악화, 지장물, 기존 구조물 간섭, 교통처리 등 현장 조건 변화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관리계획과 위험성평가도 문서가 아니라 실제 현장 통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순공사비와 제수당도 안전 문제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의에는 건설노동자 제수당 지급방법 개선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 법정 제수당과 비용이 공사 원가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노동조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이기도 합니다.
공기가 부족해 야간작업과 휴일작업이 늘어나는데 그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현장은 무리한 작업을 반복하게 됩니다. 작업자의 피로가 누적되고, 관리감독의 집중도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과 돌관공사는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따라서 제수당과 법정비용을 공사 원가에 실질적으로 반영하자는 논의는 건설노동자 처우 개선뿐 아니라 안전관리 체계를 정상화하는 문제로 봐야 합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봐야 할 쟁점
적정 공기·공사비 산정 기준의 구체성
건설안전특별법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입니다.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면 발주자와 시공자가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공사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심지 공사, 지하공사, 리모델링, 기존 구조물 해체, 교통처리, 야간작업 제한, 민원, 기상 조건 등은 공사기간과 공사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법률은 큰 원칙을 정하되, 하위 기준과 가이드라인에서는 공종별·규모별·위험도별 산정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발주자 책임과 시공자 책임의 경계
발주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은 필요하지만, 시공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공자는 실제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며, 작업자 교육과 현장 통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감리는 계획과 실제 시공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발주자는 공기·공사비·변경관리 등 사업 조건이 안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구조가 아니라, 각 단계의 책임이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발주 단계에서 안전 조건을 확보하고,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검토하며, 시공 단계에서 작업계획과 위험성평가를 이행하고, 감리와 발주자가 그 이행을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푸른고래 인사이트
이번 국회 사회적 대화 결과는 건설안전 분야에서 꽤 의미 있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해 매출액 기준 최대 3% 과징금 부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과의 중복 처벌, 적정 공기·공사비 산출기준 모호성 등을 이유로 상당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논의 과정에서 `처벌 중심 법안`으로 보던 시각에서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와 발주자 책임을 포함한 예방 중심 제도`로 논의 프레임이 바뀐 결과로 보입니다.
즉 최근 건설현장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 부적정 공사비·공기와 발주 구조에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업계도 법 제정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되 처벌 수위와 책임 경계는 조정하자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건설현장 사고를 이야기할 때 현장 작업자, 안전관리자, 시공사 중심으로만 책임을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안전은 발주와 설계 단계에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향후 다음 내용들이 반드시 제도에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건설안전특별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중복 처벌/규제 제거 방안
- 과도한 과태료/처벌 규정에 대한 조정
- 발주자의 적정 공사비 산정 책무 명확화
-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의 실효성 강화
- 계획·설계 단계부터 안전비용과 안전기간 반영
- 순공사비와 법정 제수당, 안전보건 비용의 실질 반영
- 저가 수주와 무리한 돌관공사를 막는 낙찰제도 개선
- 공기 부족, 공사비 부족이 확인되는 경우 작업계획과 위험성평가 재검토
- 건설안전특별법 논의 시 발주자·설계자·감리자·시공자의 책임 구조 명확화
- 설계안전성 검토, 안전관리계획, 유해위험방지계획, 작업계획서, 위험성평가가 공기·공사비 조건과 함께 검토되도록 제도화
결국 안전은 “현장에서 조심하자”는 말만으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사 중 조건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춰 공기와 비용, 작업계획과 위험성평가를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논의가 선언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 발주제도와 현장 운영 기준으로 이어지는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기사 링크
-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901
-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