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발주자, 도급인의 의미 1/2
최근 블로그 이웃님으로부터 재해예방기술지도 업무와 관련하여 ‘건설공사발주자’와 ‘건설공사도급인’의 법적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관련 법령을 다시 꼼꼼히 찾아보고 답변을 드리는 과정에서, 현행 대한민국 안전보건 법체계와 용어가 왜 이토록 실무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본 포스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 보고, 제조업 기반으로 설계된 현행 법령이 건설 현장에 적용될 때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과 실무적 혼선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내용이 방대하여 1부와 2부로 나누어 연재할 예정이며, 이번 1부에서는 법적 용어의 정의와 부처별 법령 중복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제조업 기반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와 건설안전특별법의 필요성
일본 노동안전위생법 기반의 법체계가 갖는 태생적 한계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을 참조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분리·제정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법 조문을 비교해 보아도 법령 체계와 용어 등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래 제조업 중심의 ‘노동안전(개별 노동자의 안전)’을 핵심으로 법체계가 만들어졌고, 이후에 건설업 관련 내용이 덧붙여지는 형태로 발전하다 보니 현장 적용에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건설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와 대형 재해의 연관성
건설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건설기술, 공법, 시공계획과 관련된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재해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근래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안성~세종 고속도로 교량 붕괴,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등이 이를 방증합니다. 이러한 건설기술적 영역은 일선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독자적으로 통제하기 매우 어려운 영역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를 넘어, 건설업의 생리와 기술적 특성에 특화된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건설공사발주자와 건설공사도급인의 법적 정의와 책임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에 따른 도급인 및 발주자 용어 정의
총 175개 조문에 달하는 방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중에서 건설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문은 제5장(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 제3절(건설업 등의 산업재해 예방) 내 제67조부터 제76조까지 단 10개 조문에 불과합니다.
일반 산업 기준에 성격이 판이한 건설업을 끼워 넣다 보니, 기본적인 ‘발주자’와 ‘도급인’의 정의에서부터 실무적인 혼동이 시작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에 명시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7. “도급인”: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 (단,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
- 8. “수급인”: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
- 9. “관계수급인”: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
- 10. “건설공사발주자”: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 (단,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
이를 일반 산업(제조업 등)과 건설업으로 나누어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구분 | 일반 산업(제조업 등) | 건설업 |
| 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 – | 건설공사발주자 |
| 도급하는 사업주 | 도급인 | 도급인 (건설공사도급인) |
| 도급받은 사업주 | 수급인 | 수급인 |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 따른 책임 소재 명확화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자’라는 용어는 2017년 4월 18일 법 개정 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특별한 정의 없이 건설산업기본법 상의 발주자 개념을 차용했고, ‘건설공사를 발주한 도급인’이라는 모호한 문구가 존재하여 실무에서는 ‘발주자=도급인’의 의미로 혼용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건설공사를 잘 모르는 발주자에게 도급인에 준하는 현장 안전보건 조치 책임이 부과되거나, 반대로 공사기간과 공사비 결정 권한이 없는 도급인(건설사)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등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는 부작용이 속출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1월 15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시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개념을 명확히 분리하여 반영했습니다.
제67조(건설공사발주자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안전보건대장 작성)를 시작으로, 제68조 안전보건조정자, 제69조 공사기간 단축 및 공법변경 금지, 제70조 공사기간의 연장, 제73조 건설공사의 산업재해 예방 지도, 제75조 안전보건협의체 등에 이르기까지 발주자와 도급인의 의무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조항들이 신설되었습니다.
다원화된 건설안전 법령으로 인한 현장의 실무적 혼선
산안법과 건진법의 협의체 운영 기준 중복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음에도 일반 도급과 건설업 도급을 하나의 법령에서 공통으로 다루다 보니 여전히 법령 해석과 실행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고용노동부 주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국토교통부 주관의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이 각각 안전관리 업무를 규정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서류 작업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협의체 운영입니다. 산안법상 (도급)안전보건협의체, (건설업)노사협의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건설업 기준으로는 구성 요건과 협의 내용이 모호한 기구들이 존재하며, 동시에 건진법상 협의체도 별도로 존재합니다.
일용직 근로자가 대다수이고 공정 진행에 따라 투입 공종이 수시로 바뀌는 건설 현장의 특성상, 근로자 대표를 구성하여 노사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형식적인 서류 작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현장에서는 산안법과 건진법의 협의체를 통합 운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혼선이 큽니다.
현장 점검 및 안전 교육 제도의 이중 규제
점검과 교육 업무에 있어서도 부처 간 법령 중복은 심각합니다.
- 점검: 산안법 상 ‘작업장 순회점검(법 제64조 도급인 의무, 현장소장 주관 해석)’ 및 ‘사업장 순회점검(시행령 제18조 안전관리자 업무)’이 규정되어 있으나, 건진법 상 ‘일일 자체안전점검(시행령 제100조, 관리감독자 주관 해석)’이 또다시 요구됩니다.
- 교육: 산안법 상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안전관리자 주관)’와 건진법 상 ‘일일안전교육(시행령 제103조, 관리감독자 주관)’이 중첩되어 현장 실무자들에게 혼란을 줍니다.
안전 관련 계획서 작성 및 주무관청 이원화 문제
문서는 통합 작성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열려있으나 현실은 다릅니다.
건진법 상의 ‘안전관리계획서’와 산안법 상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통합 작성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심사 및 승인을 담당하는 주무 관청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로 다르기 때문에 결국 현장에서는 각각의 양식과 기준에 맞춰 두 번 작성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안전관리자와 관리감독자의 업무 영역에 대한 잣대가 모호하고 통합의 한계가 명확하다 보니, 대관 점검 시 노동부, 국토부, 지자체 등 담당 주무관청에 따라 법 해석과 지적 사항이 엇갈리는 촌극이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좀더 얘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