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관련 분석
최근 한국건설안전학회지(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안홍섭 회장(군산대 명예교수)의 기고문 “건설안전특별법의 함의와 기대”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현재 건설업계의 중대한 화두입니다.
해당 법안과 기고문은 현재 대한민국 건설 현장이 직면한 구조적 모순을 짚어내고, 재해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건설안전 관계자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해당 기고문과 발의된 법안 전문의 핵심을 짚어보고,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삼원화된 현행 법령 체계가 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번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불합리한 서류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실질적인 중대재해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과 기대효과를 전문가적 시각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 발의 배경 및 핵심 법안 내용
기존 노동 중심 법안의 한계 극복 및 발주자 책임 강화
현재 건설업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본래 제조업 기반으로 제정되었기에,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기에 부적합한 요소가 많습니다. 또한, 기술(건설기술진흥법)과 노동(산업안전보건법) 관련 법안이 혼재되어 있어 현장에서는 중복 처벌의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건설안전특별법은 이러한 노동 중심 법안의 한계를 벗어나, 근본적인 기술 및 공법 검토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발주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여 적정 공기와 공사비 확보를 의무화하고 ‘안전자문사’ 제도를 신설한 것이 핵심입니다.
처벌 및 보상 체계의 개편과 지자체 권한 확대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및 감시 책임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의무를 위반할 경우 벌칙 부과를 강화하여 예방적 기능을 높인 반면, 근로자의 명백한 과실 시에는 보상을 일부 축소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근로자의 산재보험 외에도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근재보험)을 통한 보상을 강화하여 사후 처리를 두텁게 하였으며,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매출액의 3% 이내 또는 1천억 원 이내의 강력한 처벌 기준을 명시하여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안전관리 법령 단일화의 필요성
제조업 기반 노동 중심 법체계가 건설업에 미치는 한계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을 참조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분리·제정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령 체계와 용어를 비교해 보아도 제조업 중심의 노동안전(노동자의 개인적 안전)을 근간으로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건설업 관련 규정들이 덧붙여지다 보니, 기술과 공법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업의 생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복잡한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개별 작업 안전보다 공법 및 건설기술 중심의 관리 필요
건설 현장은 제조업의 규격화된 공장과 달리 공사 진행 과정에서 현장 상황이 실시간으로 급변하며, 품질, 공정, 원가, 안전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 작업에서의 노동자 중심 안전 기준도 중요하지만, 공법의 선정, 기술 검토, 공사계획 수립, 대안 공법의 선정, 공정 관리 등 건설 기술적 영역의 통제가 훨씬 중요합니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안성~세종 고속도로 교량 붕괴,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 등 근래의 대형 재해들은 개별 노동자의 실수가 아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공법을 선정하거나 특기시방 및 공정 순서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건설기술적 영역은 일선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통제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건설업에 특화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현행 안전 법령 다원화로 인한 현장의 혼선과 행정 낭비
처벌 회피 목적의 서류 작업 위주 안전관리 실태
현재 건설 현장의 안전 관련 법령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주무관청에 따라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장의 안전관리 활동은 실질적인 재해 예방 본연의 목적보다는,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각기 다른 법령을 모두 준수했음을 증명하는 방어적 서류 작업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의 중복 규제 현황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은 각각 안전관리 업무를 정의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유사함에도 운영 주체나 기준이 달라 현장에 큰 혼선을 줍니다. 예를 들어, 산안법 상 도급 안전보건협의체, 노사협의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건진법 상 협의체가 중복으로 존재합니다.
특히 노사협의체는 일용직이 많고 공종이 수시로 바뀌는 현장 특성상 근로자 대표 구성조차 어려워 형식적으로 운영되기 일쑤입니다.
점검과 교육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안법 상의 작업장 순회점검(도급인 의무) 및 사업장 순회점검(안전관리자 업무)과 건진법 상 일일자체안전점검(관리감독자 주관)이 중첩되며, 교육 역시 건진법의 일일안전교육과 산안법의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건진법 상 안전관리계획서와 산안법 상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통합 작성이 법적으로는 가능하나, 결국 주무 관청이 달라 개별적으로 작성 및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장의 뼈아픈 현실입니다. 이로 인해 대관 점검 시 국토부, 노동부, 지자체 등 담당자마다 법 해석과 요구 사항이 달라 행정적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따른 기대효과 및 향후 과제
재해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과 안전자문사의 역할 확대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하여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업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서류 중심에서 현장 재해예방 중심으로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만 실질적인 사망자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법안에 명시된 ‘안전자문사’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안전 법리 전문가가 아닌, 현장의 공법과 기술, 그리고 작업 안전의 매커니즘을 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가가 필수적입니다.
기존의 감리나 재해예방 기술지도와는 차별화된 고도화된 체계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건설안전기술사 및 산업안전지도사의 역할이 더욱 폭넓게 확장될 것입니다. (단, 산업안전지도사의 경우 기술 및 안전관리 역량을 심도 있게 검증할 수 있도록 자격 체계 개편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주무 부처의 일원화 및 하위 법령과의 정교한 조율
건설 현장의 근본적인 붕괴 등 대형 재해를 막는 핵심 키(Key)는 설계, 공법 선정, 시공계획 수립 등 ‘건설기술’ 분야에 있습니다.
따라서 건설안전특별법의 주관 부처는 국토교통부가 맡아 기술적 안전을 총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세부적인 개별 작업의 안전 기준을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 등은 지속적으로 병행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향후 시행령, 규칙, 세부 지침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신법과 구법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율하여 현장의 중복 업무와 이중 처벌 논란을 원천 차단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