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발주자, 도급인의 의미 2/2
지난 글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와 건설공사도급인의 정의가 등장하게 된 배경, 그로 인해 파생된 법률 내의 혼선, 그리고 건설기술진흥법과의 중복 업무 및 비효율성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어 보았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발주자와 도급인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명목상 건설공사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도급인으로 인정된 판례가 등장한 배경과, 이로 인해 건설 현장에 초래된 또 다른 실무적 혼선에 대해 전문가적 시각에서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본문의 법리적 해석이나 현장 적용 부분에 있어 오류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고견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의 정의와 법리적 해석
시공 주도 및 총괄·관리 여부에 따른 도급인과 발주자의 구분 기준
다시 건설공사발주자의 정의로 돌아가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 7호: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 8호: “수급인”이란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를 말한다.
- 9호: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
- 10호: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
법령 내용이 실무적으로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해석해 보겠습니다.
위의 제2조 7호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는 기본적으로 ‘도급인’이라고 부르지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여기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10호에서는 건설공사발주자를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이긴 하지만,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경우에는 건설공사발주자로 볼 수 없다고 정의하며,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하도급) 역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하는 사업주를 의미하지만, 만약 그 사업주가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경우라면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도급인’이라는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실무상 동일한 개념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애초에 입법 과정에서 건설공사발주자와 함께 건설공사도급인의 정의를 나란히 신설해 주었다면 현장의 이해가 훨씬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러한 해석 과정을 구조화해 보면 아래 표와 같은 체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일반 산업 (제조업 등) | 건설업 |
| 최초 도급 | 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 건설공사발주자 |
| 중간 도급 | 도급하는 사업주 (도급인) | 도급인 (건설공사도급인) |
| 수급 | 도급받은 사업주 (수급인) | 수급인 |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공사기간 단축 및 공법변경 금지 조항의 건설공사도급인
최초 도급 수급인과 시공을 주도하는 발주자의 차이
이번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다른 조문에 등장하는 ‘건설공사도급인’의 개념을 조금 더 깊이 검토해 보겠습니다.
건설공사도급인의 명확한 정의가 제2조 정의 조항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혼란이 적었겠지만, 제69조에 이와 유사한 정의가 등장합니다.
- 제69조(공사기간 단축 및 공법변경 금지) ① 건설공사발주자 또는 건설공사도급인(건설공사발주자로부터 해당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이 절에서 같다)은 설계도서 등에 따라 산정된 공사기간을 단축해서는 아니 된다.
이 조항에 따르면, 건설공사도급인은 1) 건설공사발주자로부터 해당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 또는 2)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로 규정됩니다.
즉, 건설공사도급인은 현실에서 시행사, 건축주, 발주처 등으로 불리는 건설공사발주자로부터 최초로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건설사)’을 의미하거나, 건설공사발주자이긴 하지만 예외적으로 해당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1)번(수급인인 건설사)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2)번은 다소 주의 깊은 해석이 필요합니다. 앞서 제2조 건설공사발주자의 정의에서 짚어보았듯,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하는 사업주이지만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도급인’으로 전환되어 해석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여기에 정확히 적용되는 것입니다.
발주자가 도급인으로 판결된 인천항만공사 대법원 판례
핵심 사업 여부 및 우월적 지위에 따른 도급인 책임 인정 기준
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인천항만공사(IPA)가 발주한 갑문 보수공사 중 2020년 6월에 발생한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에 대해 2024년 12월 대법원 최종 확정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쟁점은 인천항만공사(IPA)가 발주한 해당 보수공사에서 인천항만공사의 법적 지위가 ‘건설공사발주자’인지, 아니면 ‘도급인’인지 여부였습니다.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 1심에서는 도급인(유죄) -> 2심에서는 건설공사발주자(무죄) -> 3심(대법원)에서는 다시 도급인(유죄)으로 판결이 뒤집히며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이처럼 공사의 성격, 규모, 참여 형태에 따라 사업주가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IPA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도급인)로 판단한 핵심 근거로 다음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 해당 갑문 공사가 IPA의 핵심 사업 중 하나라는 점.
- IPA의 인력이나 자산·시설 규모가 실제 시공을 담당했던 민간업체(수급인)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는 점.(자세한 판례의 법리 해석은 관련 언론 기사나 법원 판결문을 직접 일독해 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전 발생한 건이었기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양형으로 마무리되었으나,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발생한 사고였다면 중처법이 적용되어 훨씬 무거운 형사적 책임과 양형이 부과되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래 기사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412110891b
안전보건 조치 이행에 따른 현장의 역설적 딜레마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에 대해 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이 이토록 모호한 법적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이로 인해 훨씬 더 치명적인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적극적 안전관리의 역설 (착한 발주자의 리스크): 스스로를 도급인으로 자체 해석하거나, 현장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한 발주자의 경우입니다. 이 경우 만약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공사에 깊이 관여한 정황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게 ‘도급인’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극도로 높아지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 안전관리 책임 회피 (나쁜 발주자의 이득): 반대로, 도급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건설공사발주자로 억지로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법 기준이나 판례에 무지하여 단순히 발주자로만 인지하고 현장에 개입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도급인으로서의 안전보건 조치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전문 인력이 요구되는데, 사고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제재나 피해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건설공사발주자의 처벌 수위가 도급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 보니, 두 번째 사례처럼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보건 의무를 원천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현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이는 법의 본래 취지인 ‘안전 확보’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발생 위험성을 키우는 뼈아픈 딜레마를 낳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기준의 자기공사자 개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및 재해예방기술지도를 위한 지위 규정
건설공사발주자와 건설공사도급인 체계에 혼란을 가중하는 또 다른 개념이 고용노동부 고시에 존재합니다. 고용노동부 고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제2조(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 1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건설공사 현장에서 직접 사용되거나 해당 건설업체의 본사 안전전담부서에서 법령 규정 사항을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 3호: “건설공사발주자”란 법 제2조제10호에 따른 건설공사발주자를 말한다.
- 4호: “건설공사도급인”이란 발주자에게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사업주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를 말한다.
- 5호: “자기공사자“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은 제외한다)를 말한다.
여기서 5호에 등장하는 “자기공사자”라는 정의 역시 암호 해독 수준의 난해함을 자랑합니다.
이를 실무적으로 해석해 보면, 자기공사자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할 만한 기술적 역량이 있는 사업주이지만, 타인으로부터 최초 도급받은 수급인은 아닌 자를 뜻합니다.
즉, ‘종합건설업 면허를 보유하고 자체 사업을 시행하는 건설사(디벨로퍼 형태)’를 의미하며, 광의의 관점에서는 자기공사자 역시 건설공사도급인의 한 종류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공사자라는 별도의 개념이 왜 고시에 등장했을까요?
이는 비용 계상과 계약의 주체 때문입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경우 건설공사발주자나 자기공사자(자체 사업 시행 건설사)가 발주자의 지위에서 직접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계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재해예방기술지도의 경우에도 건설공사발주자나 자기공사자가 직접 지도 기관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므로, 법령 적용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건설공사도급인과 유사한 지위로서 자기공사자의 개념을 신설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복잡한 주체들의 개념을 실무 기준으로 명확히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 건설공사발주자 | 건설공사도급인 | 자기공사자 |
|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로 도급인으로 해석되지 않는 자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 | 건설공사발주자(시행사, 건축주, 발주처 등)로부터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건설사) | 발주자이면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 (종합건설업 면허를 보유하고 자체 사업을 시행하는 건설사) |
| 건설공사발주자(시행사, 건축주 등)이긴 하지만 해당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 포함 |
근본적 해결을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건설공사 참여자 책임 단일화 및 명확한 법령 체계 구축
건설공사발주자와 건설공사도급인 관련 포스팅 1부에 이어, 2부에서 다룬 법령상 정의의 모호함, 그리고 안전을 위해 노력할수록 처벌 리스크가 커져 오히려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장의 딜레마. 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전문가로서 감히 진단하건대, 그 시작은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는 일반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건설업의 특수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더기에 가까운 건설공사발주자 및 건설공사도급인의 정의를 넘어, 발주자, 시공자, 감리자, 설계자, 노동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 각각의 권한과 책임, 처벌 규정이 명확하고 단일화된 ‘건설업 특화 특별법’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물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모든 현장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세부 시행령, 시행규칙, 실무 지침 등이 정교하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한, 특별법인 만큼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건설기술진흥법보다 우선 적용되어, 현장 실무자들이 여러 법 기준을 이중 삼중으로 적용하느라 소모하는 비효율적인 행정 업무를 통합해 주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발의되었던 건설안전특별법안(문진석 의원 대표 발의)에 명시된 ‘건설공사 참여자’의 정의를 일부 발췌하여 공유해 드립니다. 기존 산안법의 복잡한 정의와 비교해 볼 때 건설업 실무에 맞게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건설안전특별법안 발췌
4. “건설공사 참여자”란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발주자 및 제10조제1항에 따라 발주자가 선임하는 안전자문사
나. 설계자
다. 시공자ㆍ하수급시공자(이하 “시공자등”이라 한다)
라. 감리자
마. 건설종사자
5. “발주자”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건설공사를 건설사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에게 도급하는 자(다만, 시공자로서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
나. 건설공사를 위해 건설엔지니어링을 발주하는 자
9. “시공자”란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 중 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자
나. 「건설산업기본법」제41조제1항 단서에 따라 직접 시공하는 건축주
다. 「주택법」제7조에 따라 건설사업자로 간주하는 등록사업자
10. “하수급시공자”란 시공자로부터 건설공사를 하도급받은 자를 말한다.
복잡한 법령 체계가 하루속히 정비되어 건설 현장의 진정한 안전이 확보되기를 기대하며, 이상으로 긴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설안전특별법(안) 다운받기 링크





